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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경기둘레길

경기둘레길 25코스 : 설악터미널~산음자연휴양림

by 신원붕 2022. 11. 11.

○ 경기 둘레길 25코스 : 가평 설악터미널~양평산음자연휴양림 

설악버스터미널을 벗어나면 잠깐 창의천 둔치를 걷고, 신포교부터 두 시간 정도는 찻길을 따라가야 한다. 다행히 차량통행이 잦지 않다. 찻길이 끝나는 설곡마을부터는 마을 길을 따른다. 소설마을을 지나고 성곡마을에서 봉미산 품 안으로 든다. 이제부터 봉미산 임도를 따라 양평으로 넘어가게 된다. 임도 꼭대기 봉미산 능선과 만나는 곳이 가평군과 양평군 경계다. 양평군으로 들어서면 국립산음 자연휴양림 구역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항상 산그늘 아래 있다는 뜻을 지닌 이곳은 임도 40km, 등산로 28km, 산책로 5km의 숲길과 야영장, 숙박 시설, 산림 체험 코스 등을 갖추고 있어 휴양객에게 인기가 많다.  느긋하게 휴양림을 빠져나가면 걸음도 끝난다. (출처 : 경기둘레길)

 

잠실역 5번 출구 정류장에서 7:50시에 출발한 설악터미널행 버스(7000-1)는 50 여분 후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터미널 근처의 뷔페식당에서 요기를 하고 길을 나섰다. 
창의천 따라 걷던 길은 신포교를 지나 한서로를 한동안 걷는다. 잠시 창의리 마을의 먹거리와 카페 골목을 거처 창천교를 건너 위곡 3리 마을회관을 지나 한적한 마치고개에 위치한 노비따스 음악 중•고등학교 앞을 걷는다. 

설곡리 마을회관으로 향하는 길은 은혜마을 입구를 지나 엄소사랑길의 삼거리에서 미원천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 엄소둘레길을 만난다.
미원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기 둘레길은 상월마을 입구를 지나 국보급 고추장의 생활의 달인 현수막이 걸려있는 곳을 지난다. 마침 현수막의 달인이 마당에서 김장배추를 다듬고 있어 잠시 달인의 고추장 비결을 물어보았다.
80세가 넘은 달인께서는 특별한 방법은 없고 예부터 하던 대로 고추장을 담는다고 하며 별다른 비법은 없다고 한다. 달인께서는 자신이 만든 음식들이 고소하고 맛있다고들 한다며 손맛이라 말씀하신다.
또한 달인의 고추장이 상품으로 등록되지 않아 대량으로 판매가 되지 않고 직접 찾아오시는 손님들에게 한하여 소량 판매를 하고 있다고 하시며 저에게 차 한 잔 하고 가라며 하던 일손을 놓으려 하신다. 일손을 방해하지 않으려 사양하며 가던 길을 서둘러야 된다며 건강 인사를 드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토종벌 보호구역인 설곡리 옻샘마을을 거처 미원천 변에 조성되고 있은 펜션 구역을 지나며 성곡마을을 지나 비포장 도로의 봉미산 임도로 들어선다. 

널따란 오르막 임도의 능선 정상에는 봉미산(856m)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의 이정표와 양평 산음 자연휴양림의 경계표시의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다. 

능선 정상에서 내리막길은 산음 자연휴양림을 향하는 정비가 잘 된 음지 구비길의 숲길이다. 
산음자연휴양림은 문례봉(1004m)의 천사봉과 봉미산의 계곡에 위치하고 있다.
숙소가 있는 휴양림에 들어서니 보기 드문 화려한 단풍나무와 상록수에 둘러싸인 펜션들이 멋진 모습이다.
방문객에게 숲 안내해설을 열강 하는 숲 해설사의 이야기도 엿들으며 휴식도 취해본다.
휴양림의 숙소는 평일임에도 예약이 완료되어 입소할 수 없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종점의 스탬프를 찍고서 주변의 펜션을 알아보기로 하였다. 

25코스의 거리는 20.29Km에 28,568보가 기록되었다. 

《추서》
교통 접근성의 여건으로 숙박을 할 숙소를 물색 중 다음 코스 출발지에 가깝게 위한 펜션(고북밸리펜션)을 선택하였다.
사실상 주변의 몇 곳을 알아본 결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숙소 펜션 옆의 여러 동의 펜션은 주변에 잡초가 우거진 상태로 방치되어 관리자와 연락도 안되었고, 작년에 개설된 규모가 크고 깔끔한 펜션은 1박의 숙박비가 50만 원이라 하여 어렵고, 또 다른 펜션은 11만 원의 숙박비를 요구하였다.
수소문 끝에 저렴한 민박집을 찾으려면 출발지에서 거리가 떨어진 곳까지 걸어야 된다고 하기에 다음 코스 출발지에 가까운 숙박비 7만 원의 고북밸리펜션을 숙소로 정하였다.
그동안 둘레길을 걸으며 숙박하였던 펜션들은 대부분 5만 원을 지불하였기에 가성비가 좋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펜션의 외관은 멋진 모습의 목재 건물이다.
노부부의 주인은 자신들의 고향이며 자신 소유한 넓은 터에 펜션을 지으셨다고 한다.
이용객이 적은 탓인지 전망이 좋은 위층 숙소로 들어서니 썰렁한 침대 옆 방바닥에는 말벌들이 대여섯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어 깜짝 놀랐다. 천정의 처진 송판 틈 사이로 떨어진 벌들이라 천정 속에 말벌집이 있어 위험하다는 나의 말에 날씨가 추워 벌들이 활동하지 않아 괜찮다며 바닥의 말벌들을 맨손으로 손바닥에 주워 담아 밖으로 내던진다.
서둘러 진공청소기와 걸래로 바닥을 대충 정리한 후 숙박비 7만 원의 선불을 요구하였다. 

산음휴양림 숙박비에 비해 너무 비싸지 않느냐는 말에 요즘 기름값이 올라 난방비로 국가가 운영하는 숙소와 비교하면 안 된다고 한다. 숙박비를 건네며 아침저녁 기온 차가 심하니 방안을 따뜻하게 당부하였다. 

목욕 타울 없는 온수 샤워를 마치고 TV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니 응답이 없어 전원의 키고 끄기를 시도해 보았으나 변화가 없어 관리실의 노부부 주인께 받아 온 새 건전지로 교체 후 작동시켰다. 

배낭 속에 챙겨간 식량 중 저녁은 누룽지탕으로 하고 햇반과 라면은 다음 날 아침 식사로 결정하였다.
구수한 찹쌀 누룽지탕을 김치와 김을 반찬으로 저녁을 마친 후 온기가 느껴지는 방에서 취침을 위해 침대로 향하는데 침대 밑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벌레들이 방바닥과 냉장고 그리고 침대에 까지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었다.
별채의 관리실인 노부부의 숙소로 달려가 에프킬라와 빗자루를 얻어와 벌레들과의 일전을 벌렸다.
침대와 냉장고 주변에 에프칼라를 뿌리니 빨간 풍뎅이, 노래기, 귀뚜라미 등 크고 작은 다양한 벌레들이 바닥과 벽에 활보를 한다.
당장 숙박비를 환불받아 숙소를 떠나고 싶지만 늦은 시각 새로운 숙소를 찾아 나서기가 쉽지 않아 하룻밤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며 견뎌보기로 하였다.
에프킬라로 발사 후 휴지로 감싸 쓰레기 봉지에 투척을 20여 회 후 끝나지 않을 벌레들과의 전쟁을 포기 후 침대 위로 피신하였다.
침대 위에서 잠자리에 들며 천정의 송판 틈으로 말벌들이 낙하하지 않기를 바라며 소등을 하였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상황들의 연속적인 머피의 법칙이 적용된 오늘로 인하여 그동안 둘레길의 여정에서 감동적인 미담과 소확행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렸음에 한 없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들게 하는 하루였다. 

내일은 또 다른 해가 떠오르고 새로운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