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돈키호테와 함께 걷는 둘레길
둘레길/경기둘레길

경기둘레길을 마치며~

by 신원붕 2024. 7. 15.

○ 경기둘레길을 마치며~

2022년 6월 16일 시작한 경기둘레길 2,150리 길 60코스를 2024년 7월 14일 완보하였다.

경기둘레길은 대명항에서 시작하여 경기도 외곽을 한 바퀴 돌아 원점 회귀하는 총 길이 860km의 순환 둘레길로 경기도와 15개 시·군이 협력하여 조성한 사람·문화·자연이 함께하는 길이다.

둘레길은 총 60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길의 특징을 담아 4개의 권역으로 나눠진다.

DMZ 외곽 걷기 길을 연결한 평화누리길, 푸른 숲과 계곡이 있는 숲길, 강을 따라 너른 들판과 함께 걸을 수 있는 물길, 청정 바다와 갯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갯길이다. (출처 : 경기둘레길)

지난 2년간 걸었던 길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김포 대명항에서 출발하는 길은 함상공원의 전시물과 강화해협의 해변 철책 길이 남북 분단의 실상을 알려준다. 이어지는 2코스는 조선 숙종 시절에 쌓은 문수산성이 비교적 잘 남아있는 문수산의 정상(376m)에 오른다. 정상에 위치한 문수산성 장대에서 바라보는 장쾌한 강화해협과 김포 시가지가 한눈에 담긴다. 다시 걷는 길은 소실점이 맺히는 김포평야지대의 농로를 걷는다. 전류리포구를 지나며 한강에 걸려 있는 다리 중 가장 하류에 있는 일산대교를 건너 파주로 넘어간다.

심학산 기슭을 걸어 정상을 넘으며 파주 출판단지를 지난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검단산 기슭의 숲길을 걷는다.

임진강이 한강으로 흘러드는 두물머리에 위치한 프로방스 마을을 지나 황희 정승이 여생을 보낸 반구정을 둘러본다.

걷는 길은 북녘으로 달려갈 날만 기다리는 철마가 멈추어 선 곳, 임진각을 둘러보며 임진왜란 때 커다란 횃불 역할을 했다는 화석정을 만난다.

율곡습지공원을 지나며 황포돛배를 탈 수 있는 두지나루를 지나 임진강의 장남교 위를 걷는다.

원당리와 전동리의 두 냇물이 만나 임진강으로 드는 세물머리를 지나 학곡리 마을의 고인돌과 돌무지무덤을 지난다.

이어지는 길은 연천군 미산면에 있는 조선시대에 고려 태조를 비롯한 일곱 왕의 위패를 모시던 사당(사적 제233호) '숭의전'을 만난다. 이는 새 왕조를 연 다음 전 왕조 왕의 위패와 왕릉을 보존하는 것이 전통적인 예의였기 때문에 세워졌다고 한다.

조선이 고려왕조를 기렸던 숭의전을 떠나 고구려 유적 당포성을 오른다.

동이대교 북단을 지나 임진강변으로 내려선다. 이곳이 임진강 주상절리, 임진적벽이다. 병풍같이 펼쳐진 임진적벽을 지나 숲길을 걷고 북삼교를 건너 군남댐에 당도한다. 군남댐 근처의 펜션에서 하룻밤을 지낸다.

군남댐을 뒤로하고 걷는 숲길은 그리팅맨(옥녀봉) 옆을 지나 신망리역부터 대광리역과 신탄리역까지 차탄천의 자전거도로를 따른다.

신탄리역부터 걷는 길은 금강산 가는 길목에 우뚝 솟은 고대산(832m) 기슭을 누비는 노선이다. 고대산 7부 능선의 대소라치 고개를 넘어 보개산(877m) 서편 길의 첩첩산중을 홀로 걷는다.

삼보쉼터에서 1박 후 계속되는 길은 보개산 북쪽 줄기를 넘어 포천 땅으로 들어선다. 걸음은 길게 이어지는 지장산 골짜기를 따라 중리 저수지에 이른다.

중리저수지는 우리나라 민물 낚시터 중 최상급으로 깨끗한 수질과 외래 어종이 침입하지 않은 토종 낚시터로 알려져 있다.

이어지는 길은 건지천 위의 마당교 출렁다리를 지나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하늘다리를 걷는다. 하늘다리는 보행전용 다리로 투명유리 바닥으로 된 200m 길이의 다리이다.

한탄강은 북녘땅 평강 추가령곡에서 시작하여 연천군 전곡에서 임진강으로 들어간다. 임진강 제1지류다. 용암대지를 흐르는 강이라서 협곡이 발달했고, 구불구불 사행하며 아름다운 풍광을 만든다. 한탄이라는 이름은 큰 여울이라는 뜻을 가진 ‘한여울’에서 왔다고 한다. 길이는 134.5㎞이라 한다.

한탄강이 감춰 둔 보물을 만날 수 있는 한탄강 주상절리길이다. 한탄강 강변 따라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걷는 길은 환상적이다.

주상절리길 전망대를 지나 부소천교를 건너 황금들녘을 걷는다. 부소천 따라 이어지는 길은 산정호수에 이른다. 명성산 등정과 억새 명소를 둘러본 후 호수가 펜션에서 숙박을 하였다.

영하 1도의 이른 아침 몽환적인 물안개가 드리워진 산정호수를 뒤로하고 여우고개를 넘어 낭유대교를 지나 포천시 일동유황온천단지에 다다른다.

이어지는 길은 강씨봉(830m)의 품속으로 향한다.

강씨봉은 포천시와 가평군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궁예의 왕비 강씨가 피난 와서 살았다는 전설에서 혹은 인근 논남 마을에 강 씨가 많이 살아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며, 가평천 지류의 발원지라고 한다. 강씨봉 능선 꼭대기는 포천시와 가평군을 나누는 곳으로 오뚜기고개라 부른다. 오뚜기고개를 넘어 강씨봉자연휴양림을 거닌다. 오지 논남유원지의 인심 좋은 노부부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영하 1도의 쌀쌀한 아침 명지산(1252.3m)과 청계산 귀목봉(1036m)에서 흘러내린 물이 만드는 임산계곡과 동무하며 걷는다. 명지산과 귀목봉 능선이 만나는 귀목고개(775m)를 향하는 급경사의 오르막길은 거친 숨결과 땀방울이 맺힐 때쯤 다다른다. 고개를 넘어 보아귀골에 이른다. 다시 연인산(1,068m) 정상을 향한다. 정상을 향하는 등산로는 단풍나무 군락지로서 노랗고 붉은 단풍잎들이 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단풍에 현혹된 발걸음은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아홉 구비의 그림 같은 경치를 수놓았다는 약 10km의 청정 계곡으로 용추폭포, 와룡추, 무송암, 탁령뇌, 고실탄, 일사대, 추월담, 청풍협, 귀유연, 농완계 등 9개 소의 절경이 유명한 용추계곡을 지난다. 하루에 18코스의 귀목고개를 넘고 19코스의 연인산을 올랐던 둘레길이 난이도가 매우 높아 힘들었지만 가장 아름다운 무릉도원이었다.

무릉도원을 벗어나 인간 세상으로 들어선 길은 자라섬 귀퉁이를 돌아 가평역에 이른다. 달전천변 북한강 자전거길 따라 걸으면 상천역이다.

상천역에서 호명산 기슭으로 향한다. 완만한 오르막의 숲길 끝에 호명호수가 있다. 호숫가를 돌아 호명산(632m) 정상까지는 마루금 숲길을 따라간다. 경사 급한 내리막길을 내려와 조종천에 걸린 보행교를 건너면 청평역이다. 청평역을 출발하면 바로 조종천을 따라가게 된다. 신청평대교를 건너 삼화1리 마을회관에 이른다.

이어지는 길은 멧돼지 출몰지역으로 입산금지 표지판이 걸려있는 절고개를 향한다. 화야산과 뾰루봉 사이 절고개를 넘어 가평 설악터미널에 이른다. 소설마을을 지나고 성곡마을에서 봉미산 품 안으로 든다. 임도 꼭대기 봉미산 능선과 만나는 곳이 가평군과 양평군 경계다. 양평군으로 들어서면 국립산음 자연휴양림이다. 산음 임도를 빠져나오면 비솔고개다. 날이 저물어 펜션에서 하룻밤을 머문다.

이른 아침 노루 한 쌍을 마주친 단월산(778m) 임도를 걷는다. 숲길이 끝나는 향소리 절골마을을 지나 부안천 둑길 따라 단월면사무소에 이른다. 부안천의 물길을 시작으로 흑천을 따르고 용두천으로 슬쩍 갈아타며 갈운1리 증골정류장에 다다른다. 걷던 길은 갈운장수마을길로 들어서며 더렁산(487.5m)의 동쪽 임도길로 들어선다. 임도 꼭대기가 출구이자 몰운고개다. 몰운고개의 멋진 펜션 바오하우스(양평)에서 숙박하였다.

금왕산 북쪽 자락에서 동쪽 자락으로 길게 이어지는 임도 노선이다. 완만하고 부드러운 풀과 흙길의 임도는 걷는 발바닥에 피로감을 덜어준다. 계속 걷던 임도길은 내리막의 오솔길 따라 계정 1리 마을회관으로 향하는 마을길로 이어진다.

양동면 계정리를 북에서 남으로 걷는다. 물길, 찻길, 사람길이 동행하는 노선이다. 석곡천과 함께 걸음을 시작하면 조선 육대로 중 평해로 복원길인 평해길 양동구간과 한참 같이 간다. 강원도와 경기도의 경계길인 솔치길을 걷는다. 좌측의 당산(541m)과 우측의 웅덕산(520m)의 능선이 만나는 곰지기고개를 향한다. 고갯길을 향하는 등산로는 가팔라지는 경사와 거친 돌들을 덮은 낙엽이 수북이 쌓여 사람의 발길 흔적이 없는 거친 길이다. 약 100여 미터를 오르며 낙엽이 쌓여 있는 전방을 보니 멧돼지 한 마리가 등산로에서 나를 내려 보며 주시하고 있다. 순간 긴장감이 감돌며 등산 스틱을 내려치며 소리를 지르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방을 경계하며 능선 고개 정상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하산 길은 도전리 마을의 포장도로를 따라 장수폭포에 이른다.

장수마을에서 찻길을 따라 2km 남짓 걸으면 마감산 입구다. 마감산과 보금산을 잇는 보행교가 도로 위에 걸려있다. 이곳에서 마감산 등산로로 올라선다. 내리막 숲길을 다 내려가면 여주온천이다. 차도를 따라 강천면사무소까지 걷는다.

강천면사무소를 떠나 조용한 마을 길을 걷다 보면 남한강인 '여강'을 만난다. 강물을 따라가던 걸음은 강천보 근처 대순진리회 본부도장을 지나 목아박물관을 둘러보며 신륵사로 간다.

신라 진평왕 때 원효가 창건하였다고도 하는 신륵사 사찰의 보물 문화재를 둘러본다. 신륵사를 떠나 연인교를 건너 언덕 위의 영월루에 오른다. 영월루에서 여강의 시원한 풍광을 누려본다. 여강의 강변 자전거도로는 잘 정비된 금은모래강변공원을 지나 강천보 근처의 한강문화관에 당도한다.

걸음은 여강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는다. 강 건너 강천면을 잇고 남한강을 오가던 배들이 쉬어가던 부라우나루터를 지난다. 들판의 나지막한 소무산(249.2m)에 위치한 흔암리 선사유적지를 만난다. 소무산 능선의 숲길을 내려오면 도리마을회관이다.

도리마을회관 앞에서 강변을 향하여 걷는다. 정비된 강변길을 따르다가 중군이봉(223.4m) 숲으로 들어선다. 중군이봉 산길은 구불구불 1km 정도 이어지고 산길이 끝나면 청미천 하구다. 이곳은 남한강에 섬강과 청미천이 몸을 부리는 세물머리다. 세 물길 중 하나 청미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십 리 가까이 청미천을 따라가면 현수 1리다.

물가에서 걸음을 시작하면 끝까지 청미천 물길을 따라간다. 굽이지며 흐르는 물길이 풍광을 바꿔주고, 소실점 맺히는 구간에도 달리 피는 꽃들이 있다.

걷는 길은 장호원 버스터미널을 지난다. 장호원 읍내를 가로지르는 찻길 이름은 ‘장감로’다. 다시 청미천 둑 위로 오른다. 청미천에서 석원천으로 다시 금산천으로 자꾸 작은 물길로 바꾼다. 금산천 상류, 이천과 안성 경계를 지나면 광천마을 정류장이다.

이천과 안성 경계부터 동행한 영남길은 여전히 같이 간다. 삼대를 이어 효자효부를 배출했다는 현풍곽씨 충효각부터 걷는 길은 천주교 죽산성지를 지난다. 조선 말 천주교 병인박해 때 신자들이 처형당했던 곳이다. 낚시 좌대가 그림 같은 용설호수를 지나면 산길 구간이다. 길은 칠장산 아래 위치한 칠장사에 이른다. 칠장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곳에는 어사 박문수 이야기며 의적 임꺽정 관련한 설화가 남아있다.

칠장사 입구의 산직동 마을회관 뜰에서 배낭 속의 컵라면과 김밥으로 점심을 마치고 경내를 돌아 숲으로 들어 칠현산(516m) 등산로를 따라간다. 인적이 없는 눈길의 칠현산을 넘으면 사간마을이고 걸음은 금광호수로 이어진다. 금광호수 물가에 ‘박두진문학길’이 있다. 당일 오전 8시에 광천마을정류소를 출발하여 오후 6시에 40코스 종착지인 수석정에 도달하며 장장 10시간의 걷기는 54,436보에 43.60Km가 기록되었다.

나지막한 쑥고개를 넘어가면 마둔호수다. 마둔호수변 둘레길을 따라 마을을 지나고 서운산자연휴양림을 통과하여 산 밑에 다다르면 석남사다. 신라 문무왕시절 창건된 석남사는 소박하고 정갈한 절이다. 유순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은적암 방면으로 서운산길을 내려오면 청룡사다. 청룡사 대웅전을 돌아 나와 걸음을 시작한다. 청룡사는 멸시 천대받던 안성 남사당을 보살펴준 절이기도 하다. 다시 임도를 따라 좌성사 방면으로 탕흉대를 지나 포도박물관으로 향하고, 서운면 들판을 지나 서운면사무소로 향한다.

서운면소재지 골목길을 돌아 나와 안성 들판을 걷는다. 소실점 맺히는 길 끝에서 만나는 청룡천을 따라 걷는다. 서운산에서 발원한 청룡천은 안성천에 합류한다. 다시 안성천 둑길을 따라 평택으로 넘어가면 군문교삼거리다.

안성천 군문교를 건넌다. 안성천 둔치와 습지에는 광활한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이곳이 동요 ‘노을’ 노랫말이 탄생한 현장이다. 들판을 건너 팽성읍내로 들어선다. 읍내 로데오거리를 지나면 작은 토성 ‘농성’이 있다. 이어지는 내리문화공원부터는 안성천을 동무 삼아 자전거 길을 걷는다. 천변의 자전거도로를 따라 걷는 길은 우측의 안성천과 좌측의 드넓은 험프리 캠프의 철책과 함께 하는 둑길을 걷는다. 소실점이 맺히는 자전거 길을 10km 걸으면 평택국제대교 근처 신대 2리 마을회관이다.

걸음을 시작하면 이내 평택국제대교 위로 올라선다. 다리를 건너 평택호반으로 내려선다. 걸음은 야트막한 마안산(113m)으로 이어진다. 농로를 지나 다시 평택호반으로 나오면 시원한 바람과 너른 평택호가 길손을 맞는다. 평택호 관광단지를 지나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우회하여 평택항으로 간다.

평택항 마린센터 앞에서 걸음을 시작하면 아산국가산업단지 경기포승지구를 걷는다. 산업단지를 빠져나오면 마을 길이고, 마을 길이 끝나면 숲길을 만난다. 짧아서 아쉬운 숲길 끝에 수도사가 있다. 이곳이 1,300여 년 전 원효스님이 당나라로 가던 중 해골에 괸 물을 먹고 크게 깨우쳤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곳이다. 수도사를 지나 남양방조제를 건너면 평택시에서 화성시로 넘어가게 된다.

기아차동차 화성공장 외곽을 돌아 매향리로 들어간다. 매향리 앞바다에 있는 농섬을 미군 해상 폭격지로 사용하면서 오랫동안 아팠던 곳이다. 2005년 매향리 사격장은 폐쇄되었고, 그 땅에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하였다. 길은 매향리 바닷가로 이어지고, 직선으로 9km 정도 이어지는 화성방조제를 지나면 궁평항이다.

궁평항을 나서면 바로 궁평해변이다. 해변에는 100년이 넘게 자란 곰솔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초병 순찰로를 따라 백미리 마을로 향한다. 매화리 염전을 지나면 너른 갯벌로 유명한 송교리 살곶이마을이다. 살곶이마을에 서면 갯벌 건너로 제부도며 전곡항이 눈에 들어온다. 계속되는 걸음은 요트나 보트가 정박되어 있는 전경이 이채롭고 아름다운 전곡항에 도달한다.

하얀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전곡항을 떠나면 바로 탄도방조제다. 방조제를 건너 처음 마주하는 곳이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이다. 풍력발전기 뒤로 누에섬이 보인다. 작은 숲을 지나면 불도방조제다. 탄도, 불도, 선감도 모두 한때는 섬이었으나 이제는 대부도와 한 몸이 되었다. 선감도 대부도 펜션타운을 지나고 동주염전을 만나면 한동안 갯벌 둑길을 따라간다

이어지는 길은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고랫부리 갯벌’이다. 곰솔에 둘러싸인 정겨운 대남초등학교를 지나면 해당화 곱게 핀 해변길이다. 교정을 지나자 뜻밖의 ' 섬마을 선생님' 노래비가 눈에 띈다. 오랜 세월 동안 유명 가수 이미자 씨에 의해 불린 국민 노래의 배경지가 이곳이라니 의외란 생각에 시비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메추리섬 입구를 지나 이름도 귀여운 쪽박섬 앞에서 해변을 벗어난다. 다양한 마을 길을 지나고, 선재대교 아래를 돌아나간다. 해발 100m가 안 되는 ‘큰산’을 넘어서 해변 숲길을 빠져나가면 새방죽방조제다.

대부도 서쪽 해안길을 걷는다. 돈지섬은 섬이 아닌 산길이다. 산길을 내려와 해변길을 걷고, 구봉도의 개미허리를 건너 낙조전망대에 이른다. 돌아오는 구봉도의 오솔길 따라 해안가의 구봉약수터에서 목을 축인다. 낚시터를 지나 북망산으로 오른다. 꼭대기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다. 산길을 내려와 방아머리해변을 지나면 대부도 관광안내소다.

방아머리항 입구를 지나 시화방조제 위를 걷는다.

시화방조제는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서 안산시의 대부도까지 이어주는 방조제이다. 1987년 4월에 공사가 개시되어 1994년에 완공되었다. 길이는 11.2㎞이며 약 2/3 지점에 조력발전소가 있다.

4km 정도 걸으면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나온 흙으로 만든 쉼터, 시화나래조력공원이다. 강태공들이 세월을 낚는 방조제가 끝나면 오이도 빨강등대와 배다리선착장을 지나 한울공원이다.

바다 건너 송도신도시를 바라보며 깔끔하게 정비된 배곧한울공원을 따라 걷는다. 공원이 끝날 즈음 월곶포구다. 포구를 돌아 갯골로 들어선다. 국가해양습지보호지역인 갯골생태공원을 벗어나 들판을 건너고 마을 길을 돌아가면 관곡지가 있는 시흥연꽃테마파크다.

보통천 물길을 따라 호조벌을 걷는다. 호조벌은 백성을 구휼하기 위해 간척한 농경지다. 물길로 이어지던 걸음은 신현동으로 접어들면 숲길로 바뀐다.

서해선 시흥 대야역을 지나 좌측의 소래산(299.6m)을 바라보며 차도길을 걷는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교각 아래를 지나 봉매산의 우거진 숲길 늠내길로 진입한다. 계속되는 숲길은 매봉산 정상을 지나 시흥 대야동에서 부천시 심곡동을 잇는 하우고개 터널 위를 지나 성주산 능선 길로 이어진다. 숲길은 서울신학대학교 교정을 지나 소사역에 도달한다.

부천 소사역부터 걷는다. 55코스의 둘레길은 2021년 6월 부천둘레길 완보하며 걸었던 역방향의 길이다. 시가지를 잠시 걸으면 육교 계단을 올라 원미산의 향토유적숲길로 들어선다. 이어지는 계단길은 원미산(169m)의 정상에 위치한 원미정에 이른다. 원미산의 옛 이름은 멀미산이라 한다. 멀미산은 '신성하고 큰 산'이라는 뜻이라 한다.

원미산을 내려와 다시 와룡산의 숲길로 들어선다. 숲길은 절골과 능고개를 지나 지양산으로 이어진다.

지양산을 내려오면 청동기시대 취락지인 고강동 선사유적지가 있다. 마을 외곽을 따라 오정대공원으로 간다.

생태하천으로 바뀌고 있는 여월천 앞 오정대공원에서부터 걷는다. 여월천은 원미산의 칠일약수터가 발원지며 베르네천과 하나의 물줄기로 내려와 오정동에서 분기하여 굴포천으로 흘러들어 간다. 굴포천을 따라 북으로 걷다가 경인아라뱃길을 만나 한강까지 나가면 아라김포여객터미널이다.

걸음은 아라뱃길을 잠깐 따르다가 김포와 인천 경계 즈음에서 김포평야로 방향을 바꾼다. 김포평야의 젖줄인 김포대수로를 따라 걷는다. 인천부터 흘러온 계양천을 건너 풍무동 신도시로 들어간다. 도심구간을 빠져나와 장릉 외곽 숲길을 따라가면 김포장릉이다.

김포시청 뒤 장릉산 기슭에도 싱그러운 숲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다. 숲 산책로가 끝나면 마을 길이다. 마을 길을 한참 돌아 다시 김포대수로와 마주한다. 2km쯤 이어지는 김포평야를 건너간다. 들판 끝 금빛근린공원부터는 다시 산길이다. 산길을 다 내려오면 김포 새솔학교다.

김포 새솔학교 앞을 출발하면 바로 가현산 북쪽 기슭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서 가재가 살고 있다는 가재약수터를 만난다. 한남정맥과 동행하여 생태통로를 건너고 언덕 같은 산을 지난다. 작은 공장들이 모여 있는 골목길을 돌아나가면 수안마을이다.

경기둘레길 마지막 걸음이다. 수안마을에서 수안산으로 올라간다. 수안산성이 남아 있는 곳을 지나 수안산(147.1m) 정상의 팔각정에 오른다. 옅은 안개로 풍광이 안내판 만큼 보이지 않는 아쉬움을 남긴다. 다시 오른 승마산(130m) 정상의 승마정에서 장쾌한 풍광을 즐긴다. 하산길은 2,000리가 넘는 경기둘레길의 종점 대명항을 향한다.

대명항에 들어서니 익숙한 주변 환경에 감회가 새롭게 느껴진다. 2년 전 경기둘레길을 출발하였던 바로 그곳이다. 2,000리가 넘는 길을 걸어 다시 오게 된 대명항이다. 2년 전을 회상하며 함상공원을 다시 둘러본 후 귀갓길에 올랐다.

이렇게 추억이 된 둘레길을 더듬어 보았다.

혹자들은 가까운 둘레길을 두고 굳이 교통이 불편한 먼 오지의 둘레길을 찾아가느냐고 한다.

가까운 곳을 반복하여 걷는 것도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너무 익숙한 길은 주변의 단조로운 환경 변화에 무관심하게 되고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홀로 걷는 오지의 둘레길은 일상의 외로움이 아닌 자연 속에서 자기성찰의 고독을 즐기게 된다.

폴 틸리히는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고,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다.' 라 하였다.

처음으로 접하는 주변 환경 변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오감의 집중과 함께 긴장감과 성취감에 따른 즐거움을 갖게 된다.

다양한 지역의 물길과 숲길 그리고 농로길과 갯길을 걸으며 자연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연의 소중함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연유로 둘레길에서 만난 분들은 초면일지라도 경계심 없는 반가운 인사를 나누게 된다.

홀로 걷는 발길을 가볍게 하고 즐거움을 준 소중한 길동무들이 있다.

봄길의 민들레, 제비꽃, 양지꽃, 진달래, 철쭉, 화사한 숲길의 산벚들.

여름철의 개망초와 금계국, 달맞이꽃, 개미취, 시원한 그늘을 선사한 참나무들.

가을의 코스모스, 쑥부쟁이, 구절초, 오색찬란한 단풍나무들.

이름모를 야생화와 나비들 그리고 물길의 갈대와 눈 덮인 숲길의 푸른 소나무도 고마운 길동무들이다.

새벽길에 마주친 고라니와 멧돼지 그리고 다람쥐와 청설모, 두꺼비와 뱀들, 백로와 저어새, 갈매기도 추억의 길동무가 되었다.

끝으로 대중교통 접근성이 어려운 오지의 둘레길에서 숙식과 이동 그리고 길안내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움과 감사를 드립니다.

경기둘레길을 마치며~

2024년 7월 15일

신 원 붕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