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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키호테와 함께 걷는 둘레길
둘레길/경기둘레길

경기둘레길 40코스: 칠장사~금광호수

by 신원붕 2024. 2. 17.

 

○ 경기둘레길 40코스 : 칠장사~금광호수

꽃바람 꽃바람 마을마다 훈훈히 불어오라

일주문 바깥 철당간을 찾아보고 길을 시작한다. 칠장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곳에는 어사 박문수 이야기며 의적 임꺽정 관련한 설화가 남아있다. 경내를 돌아 숲으로 들어 칠현산(516m) 등산로를 따라간다. 칠현산을 넘으면 사간마을이고 걸음은 금광호수로 이어진다. 금광호수 물가에 ‘박두진문학길’이 있다. 청록파 시인 박두진 선생은 이곳 출신이다. 선생의 시에 이흥렬 선생이 곡을 붙인 ‘꽃구름 속에’를 흥얼거리며 걸음을 마친다. (출처: 경기둘레길)

 

칠장사의 경내를 돌아 오르는 길은 어사 박문수 합격다리를 건너 칠현산과 칠장산 능선을 향한다.

‘어사 박문수 합격다리’는 1723년, 과거 수험생 박문수가 진사과에 장원 급제하였는데, 그 일화인 “몽중등과시”는 유명한 이야기로 박문수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는 길에 이 곳 칠장사 나한전에서 기도를 드리고 잠이 들었는데 그날 밤 꿈에 나한전의 부처님이 나타나 과거 시험에 나올 시제를 알려 주어 박문수는 장원급제하여 암행어사와 병조판서까지 지냈다고 한다. 이리하여 칠장사 나한전은 각종 시험을 보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합격 기도의 명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다리 난간에는 소원을 비는 수많은 리본들이 매달려 있었다.

합격다리를 건너 오르는 길은 뜻밖에도 어제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인적의 발길도 없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비교적 포근한 날씨로 남측의 산간은 눈이 녹아 발길을 옮기는 데 큰 불편이 없는데 비하여 북쪽 산기슭은 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공교롭게도 칠현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북쪽의 능선으로 오르는 내내 눈이 쌓인 설산을 오르게 된다.

입춘을 맞이한 지 열흘이 넘은 오늘, 새하얀 눈길을 밟으며 오르는 등정길이 뜻밖의 이벤트를 맞이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수북이 쌓인 눈을 밟을 때 나는 뽀드득 소리가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하고 발바닥의 촉감도 부드럽게 하여 경쾌한 느낌을 준다. 한편 경사길의 낙엽 위에 쌓인 눈은 미끄러워 주의를 요한다. 등산스틱에 의존하여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기는 중 잠간의 방심으로 한 차례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고, 트레킹화의 눈이 녹아 스며들며 양말이 축축하고 차가운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내일까지 이어가려는 둘레길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더구나 인적이 없는 눈 덮인 능선 길은 발굽이 있는 동물의 발자국으로 보아 멧돼지의 흔적으로 느껴지며 주위를 살피게 된다. 짐승의 발자국은 칠현산 정상까지 이어졌다. 칠현산 정상 표지석(516.2m)에서 인증 샷을 남기고 계속되는 능선 길은 오르내리며 덕성산을 향한다. 역시 덕성산을 향한 북측 능선 길도 눈길이다. 산짐승의 발자국도 없는 눈길을 홀로 걸으며 좌측의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오전에 지나온 용설호가 보이고 우측으로는 저 멀리 40코스의 목적지인 금광호수도 보인다.

걷는 능선길 간간이 눈 덮인 나무에 금북정맥(514.1m)의 표지판이 눈에 띈다.

드디어 덕성산(519m)의 정상 표지석을 확인하고 하산 길의 눈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와 사간마을과 석암마을을 지나 석암교에서 좌측의 가협길 따라 걷는 길은 청록뜰 금광호수 표지판이 있는 곳에 다다른다.

호숫가 산책로는 금광호수 하늘전망대 조성공사로 통제되어 우회로는 오르막의 숲길로 오르게 된다. 설산의 등산으로 힘겹게 느껴지는 발길이 다시 오르막 숲길을 오르자니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진다. 어쩔 수 없이 숲길을 넘어 수변 데크길로 들어서니 멋진 장관이 연출된다.

오후 6시가 가까워지니 호수 너머 금강산(241.4m) 산능선으로 해가 저물고 있다. 호수의 데크 산책로를 거닐며 산능선에 걸친 일몰이 호수에 비쳐진 모습을 보며 둘레길코스의 종점 수석정에 이르게 된다. 금일 오전 8시에 광천마을정류소를 출발하여 오후 6시에 40코스 종착지인 수석정에 도달하며 장장 10시간의 걷기는 54,436보에 43.60Km가 기록되었다.

안성시내로 향하는 드물게 운행되는 노선버스에 올라 몇 차례 환승 후 무사히 귀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