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탐방을 마치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란 생각이 든다. 더구나 자연생태에 대한 탐구는 생존의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젊은 학창 시절 김찬삼 님의 세계기행 서적을 보며 세계 문물을 접하는 여행을 꿈꾸어 보기도 하였지만 그 또한 꿈에 불과하였다.
꿩 대신 닭이라 했던가 현실의 삶 속에서 세계 아닌 국내여행이라도 해볼양으로 시간의 여유가 생긴 환갑이 넘긴 나이에 전국일주의 자동차 여행도 해보았다. 그럼에도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한편 팬데믹 코로나 19로 인해 전 지구촌이 얼어붙어 각자도생의 삶의 방식으로 변하였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여행 또한 쉽지 않은 분위기다.나이도 칠순을 향하는 길목에 들어서니 몸과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에 자신감도 떨어진다.
더 늦기 전에 무언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둘레길 트레킹을 시도해 보고자 하였다.
이리하여 제주 올레길 425Km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소 망설여지기도 하고 장거리 완주에 대한 확신도 불투명한 심정이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에 결심하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니 1개월에 걸쳐 올레길 완주 프로그램 캠프가 몇 군데가 있어 그중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되는 곳을 택하였다.
올레길 완주 코스로 4월 1일부터 30박 31일의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10%가 할인된 계약금(30%)을 입금하였다.
매월 1일부터 1코스로 시작하는 캠프는 일요일을 제외한 모든 날에 올레길 탐방에 나서게 되어 있다.
악천후의 기상일지라도 코스 순번의 변경은 있어도 결행없이 강행하게 된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올레길 시작 하루 전인 3월 31일 13:30시 제주항공편에 올라 마리나호텔에 봇짐을 풀었다.
봇짐이라야 신발 2켤레(등산화,트레킹화)와 바지 5벌, 속옷과 양말 그리고 상의 7벌, 노트북과 마스크 정도이다.
4월 1일 7시에 호텔조식을 하고 매일 9시에 출발하는 올레캠프 리무진 버스에 올랐다.
20여 명의 캠프멤버들은 이미 올레 탐방을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과 신규 시작 멤버들로 구성되었다.
캠프 멤버들은 탐방 기간에 따라 수시로 들어오고 나가기 때문에 고정된 멤버는 아니다.
따라서 출발지에 도착하면 언제나 각자 자기소개와 함께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풀기 후 걷기를 시작한다.
올레길 출발은 순조로웠다. 육지의 새순이 돋기 시작하는 앙상한 나뭇가지에 익숙한 계절에 짙은 녹색의 우거진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느낌이 든다. 더구나 푸른 쪽빛 바다의 풍경을 더하니 그 감회는 무어라 형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냥 남국의 정취에 취하는 낭만에 도취됨을 경계하듯 제주도의 날씨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튿날의 우도행 여객선이 풍랑으로 운항이 되지 않아 미루어지며 강풍의 비바람 속에서 해안길을 걸으며 올레길 여정에 대한 겸손한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매일 새롭고 짧지 않은 올레길을 걷다 보니 즐거운 마음과 달리 피로가 누적되는 발과 종아리는 경직되어 간다. 역시 경험 많은 노련한 리더는 적절한 시기에 발마지와 전신 마사지로 피로를 완화시켜 몸을 가볍게 해 준다.
이렇게 첫주를 보내면서 적응되고 요령이 생긴다. 발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파스나 밴드로 취약 부위를 보강하고 스프레이로 종아리를 부드럽게 풀어준다.
올레길을 걷는 중에는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오직 발을 안전하게 내딛고 주위 환경변화에만 오감이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곶자왈을 걸을 때는 우거진 숲 속의 풀내음과 꽃향기에 후각과 시각이 취하여 "아~! 좋다~!"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고, 푸른 쪽빛 바다의 절벽 해안길을 걸을 때는 바닷바람과 함께 해변에 부딪쳐 솟구치는 하얀 물보라를 보며 시각과 청각이 감동하여 "햐~! 멋지다~!"는 감탄이 연속된다.
멋진 해안도로와 중산간 지역 그리고 오름을 오르내리며 제주도 특유의 풍토와 생활환경을 직접 느껴보며 걷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친숙함과 함께 나 스스로에게도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한편 즐거운 여정과 달리 염려스러운 점도 있다. 올레캠프 멤버들의 드나듬에 따라 서로 간의 상견례와 더불어 반주를 곁들이다 보니 출발 전 주치의와 협의한 지속적인 걷기 운동으로 고지혈증 약 투여 중단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가 의문스럽게 되었다.
또한 집에서 선식에 가까운 아침식사를 캠프에서는 매일 세끼의 성찬으로 과식을 하고 있어서 예상했던 효과를 거둘지가 미지수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를 지키려는 나의 의지력 보다는 이러한 분위기를 즐기려는 나의 기분이 우위를 점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도 마음만은 걷기를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였으니 그 효과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기대는 져버릴 수 없게 된다.
일상을 떠나 매일 새로운 길을 걸으며 제주도의 풍토를 즐기는 사이 어느덧 종착지에 다다랐다.
올레캠프 시작의 월초에 까마득하게 느끼지던 1개월이 어느 순간 이렇게 빠르게 지나갔나라는 생각이 든다.
서귀포 제주올레 센터에 들러 완주증과 메달을 받고 완주자 등재를 하였다.
멋진 26코스의 올레길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봉사자들께 고마움의 표시로 26만 원의 성금을 후원하였다.
끝으로 최고의 만족도로 제주 올레길 완주를 마칠 수 있게 성심성의를 다 해주신 올레캠프 리더이신 장정헌 대표님과 캠프 일행의 안전과 궁금증에 대한 해박하고 자상한 해설과 함께 멋진 순간의 영상을 제공해 주신 김용찬 선생님의 배려에 고마움과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우리 일행의 안전과 화목한 분위기를 조성해주신 두 길동무 여성분과 이러한 분위기에 호응하며 재미있고 즐거운 여정을 함께한 모든 올래캠프 멤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2021년 5월 1일
신 원 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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