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쫄븐 갑마장길
한라산 동남쪽 중산간, 광활한 초지 위에 위치한 가시리. 가시리에는 조선시대 때 왕에게 진상하는 최고의 말을 사육하는 국영목장인 갑마장이 있었다고 한다. 갑마는 최고 등급의 말이다, 갑마들을 모아서 기르는 곳이 갑마장이고, 이 말들이 다니던 길이 갑마장길이었다. 그중에서 걷기 좋은 코스만을 뽑아서 만든 길이 ‘쫄븐갑마장길’이다. ‘쫄븐’은 ‘짧은’의 제주도 방언이다.
쫄븐갑마장길을 걷기 위해 유채꽃프라자에서 출발하며 바람에 출렁이는 은빛의 억새 벌판 사이를 지나 큰사슴이오름(대록산)의 계단길로 들어선다.
정상까지 계속되는 계단길 따라 오르며 뒤돌아 보면 능선과 오름 아래의 억새와 풍력발전기의 바람개비가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정상에서 오름 능선을 한바퀴 돌아 내려오며 잣성길 따라 다양한 수종의 숲길을 한동안 걷는다.
잣성길의 숲길이 따라비오름 길로 이어지며 다시 오르막의 계단길을 오른다. 나무계단과 흙길이 이어지지만 그리 힘들지 않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따라비오름의 능선길 따라 오르는 양 옆은 바람에 출렁이는 억새 물결과 함께하며 분화구의 능선에 올라선다. 따라비오름은 커다란 분화구가 작은 세 개의 분화구를 품고 있다. 3개의 분화구와 6개의 봉우리는 완만한 능선으로 둘러싸여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다른 오름에서는 환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산책로만 있지만 따라비오름에는 남쪽, 서쪽, 북쪽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산책로가 있다. 각 길마다 느낌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따라비오름의 곁에는 아들 오름인 ‘새끼오름’, 며느리를 뜻하는 ‘모지오름’, 손자를 뜻하는 ‘장자오름’ 등이 모여 있다. 한 가족의 모습이다. 따라비오름이 가장이다. ‘따라비’는 ‘땅의 할애비’라는 뜻의 ‘따애비’에서 유래했다.
정상에 오르니 오름 전체를 뒤덮고 있는 억새들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춤판을 벌이고 있다. 따라비오름과 큰사슴이오름 사이에 펼쳐진 초원지대에는 날개를 펼치고 돌아가는 10여 개의 풍력발전기 모습이 이색적이다, 곳곳에 솟아오른 오름들 그리고 저 멀리 제주의 바다까지 모두 한 평면에 펼쳐진다. 따라비가 오름의 여왕임을 실감한다. 오름에서 내려다보는 제주는 실로 장엄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넘실거리는 억새의 파도가 오름을 뒤덮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사방의 다양한 산책로를 둘러본 후 계단길로 하산하여 가시천길로 들어선다.
가시천을 끼고 걷는 길은 계곡과 숲이 함께한다. 마른 천인 가시천 바닥에 깔려 있는 돌에는 이끼가 가득하다. 걷다 보면 '꽃머체'를 만나게 된다.
‘머체’는 지하에 형성된 용암돔이 오랜 세월동안 흐르면서 지상으로 나온 것인데 , 머체를 감싸고 있는 나무들이 오랜 세월 동안 척박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생명력이 놀랍다.
계속 걷는 사이 어느덧 출발지인 유채꽃프라자에 다다르게 된다.
오늘의 활동량은 12.89Km에 18,797보가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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