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향수호수길

신원붕 2022. 4. 25. 09:37

○ 옥천 향수호수길 

옥천은 원래 내륙 속의 내륙이었다.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이 갈라지는 중간에 자리 잡았고 금강이 산자락을 갈피갈피 갈지자로 헤집으며 흘렀다. 1980년 12월 대청댐이 완공되었다. 담수가 시작되자 멱 감고 천렵하던 모래밭과 강변 산자락의 마을들이 물에 잠겼다. 산들은 더러 물 돌아가는 모퉁이가 되었고 더러는 섬이 되었다. 그 강변 산자락을 타고 '향수 호수길'이 나있다. 옥천 출신 시인인 정지용의 시 '향수'에서 따온 이름이다. 물에 잠긴 것들에 대한 그리움도 묻어 있다. 

'향수 호수길'은 마성산(馬城山) 자락에 조성돼 있다. 마성산은 옥천의 진산이다. '세상에 전하기를, 지방 사람들이 말의 조상에 제사 지냈으므로 이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마성산 저편은 옥천 구읍이다. 그곳 실개천 가에 정지용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이 있다. 

'향수 호수길'은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길이다. 2019년에 만들어진 이 길은 옥천읍 수북리 마성산 날망마당에서 물비늘 전망대, 황새터, 용댕이 쉼터(황룡암), 안내면 장계리 주막마을까지 금강변 산허리에 매달려 있다. 흙길 2㎞, 나무 데크길 3.6㎞ 등 총 5.6㎞로 '옥천 9경' 중 8경이다. 40여 년간 인적이 뚝 끊긴 덕에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날 것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 등 참나무가 무성하다. 봄이면 산벚과 진달래, 으름덩굴과 댓잎 현호색이 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꽃향유와 산국과 까실쑥부쟁이가 흐드러진다. 이 길이 포함된 옥천군 대청호 일대 안터지구는 지난해 5월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됐다. (출처 : 영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