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제주 올레길

올레 19코스 : 조천~김녕 올레

신원붕 2021. 4. 28. 23:47

 

○ 올레 19코스 : 조천~김녕 올레 

19코스도 다른 캠프와의 혼잡을 피해 역 보행을 하기로 하였다. 금녕서포구에서 출발하여 조천 만세동산으로 향했다. 

비가 올 듯 흐렸던 날씨가 갑자기 햇볕을 내리쬐는  날씨로 변했다. 김녕리는 2000년 1월 1일부터 동•서김녕리가 통합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 짙푸른 보리들이 어느새 낟알들이 노랗게 무르익어 가고 있다. 노란 보리와 푸른 마늘과 초록의 나무와 푸른 바다와 하늘이 마치 물감으로 그려놓은 듯 알록달록하다. 

올레길 지나는 곳에 있는 동복•북촌 풍력발전단지의 커다란 바람개비 아래로 지나게 된다.
두 마을이 갈라지는 곳, 혹은 넓은 바위가 번개에 맞아 버러진 곳이라 하여 '벌러진 동산'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이 곳은 커다란 거목들이 우거져 있고,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넓은 공터가 있으며, 아름다운 옛길이 남아있는 지역이다.
산림 숲속을 벗어나 아담하고 조용한 북촌포구를 지나게 된다.
북촌의 해안가에 '북촌 등명대'가 자리하고 있다. 속칭 '도대불'이라고도 하는 등명대는 바다에 나간 고기잡이 배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 1915년에 마을 사람들이 세웠다 한다. 처음레는 솔칵으로, 나중에는 석유등으로 불을 밝혔다고 한다. 

해안 가까이 무인도인 '다려도(달여도)'가 있다. 다려도는 일몰이 아름다운 곳으로 해산물이 풍부하고 어종이 다양해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4•3당시 일부 북촌 주민들이 토벌대를 피해 이곳에 숨었다 한다. 지금은 정자와 등대 만이 이 곳을 지키고 있었다. 

해안에서 마을 위로 오르면 너븐숭이 4•3유적지가 위치하고 있다. 막연하게 듣고 알고 있던 4•3 사태에 대한 제주 주민들의 참혹한 실상이 제주의 곳곳에 흔적과 아픔이 서려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위정자들의 이념논쟁의 폐해가 순박한 서민들에게 얼마나 잔혹한 참상을 남겼는지 되돌아 보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서우봉을 향하여 오르다 보면 서우봉 일제 동굴진지를 지나게 된다. 
태평양전쟁이 끝나 갈 무렵, 일본은 패전이 짙어지자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한 특수 병기를 개발하여 배치하였다. 서우봉 일제 동굴 진지는 해안절벽을 따라 동굴진지 18곳, 벙커 2곳이 구축되어 있다 한다. 

푸른 바다와 대비되는 보리밭과 마늘밭을 지나며 서우봉으로 오르는 길은 이내 수목이 우거진 숲속으로 들어선다. 
서우봉은 살찐 물소가 뭍으로 기어 올라오는 듯한 형상이라고 하여 예부터 덕산으로 여겨져 왔다고 한다.
하늘을 가린 숲길이 열릴 쯤 멋진 함덕 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아래에서는 서너 마리의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함덕 해수욕장의 전경을 바라보며 내리막길을 걸어 해변의 멋진 카페에서 모든 일행이 시원한 음료와 다과로 휴식을 취하였다. 

휴식 후 신흥리 해변의 백사장과 방사탑을 지나 해남 땅끝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83Km) '관곶'을 만나게 된다. 조천관 시대에 '조천포구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곶'이란 뜻으로 관곶이라 하며 지나가는 배가 뒤집어질 정도로 파도가 거센 곳이라 한다. 

내륙을 향한 밭길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니 오늘의 종착지 조천 만세동산에 다다르게 되었다. 

오늘의 19코스 거리는 21.25Km에 28,670보, 273분이 기록되었다.